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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래 있을수록 더 피곤했던 이유를 돌아보며

by 란스여왕 2026. 1. 7.

집은 쉬는 공간이라고 생각해 왔다. 밖에서 바쁘게 움직이다가 돌아오면 자연스럽게 에너지가 회복되는 장소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시기부터인가, 이상하게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수록 더 피곤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탓했다. 너무 늘어진 건 아닐까, 생활 리듬이 흐트러진 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니, 그 시기의 공통점은 ‘집 안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커튼은 대부분 닫혀 있었고, 환기는 귀찮아서 미루기 일쑤였다. 빛도 공기도 크게 변하지 않는 상태가 계속 이어졌다.

어느 날은 의식적으로 환경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열고, 짧게라도 환기를 했다. 특별한 준비 없이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날 하루의 느낌은 이전과 조금 달랐다. 집에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덜 지쳤고, 오후가 되어도 무기력함이 덜했다.

그때 처음으로 ‘피로’가 꼭 내가 무엇을 했느냐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공간에, 어떤 상태로 머물렀는지도 분명 영향을 준다는 걸 체감했다. 집이 너무 고요하고 닫혀 있으면, 몸도 같이 움츠러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컨디션이 떨어질 때, 일정이나 할 일만 점검하지 않는다. 집 안의 공기, 빛, 움직임 같은 요소도 함께 돌아본다. 대단한 변화를 주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공간이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몸이 덜 버거워진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여전히 정답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건, 내가 머무는 공간이 나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걸 인식하게 된 것만으로도, 생활을 바라보는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